순 공부기간 15개월 CPA 합격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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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3u566028 작성일20-04-27 11:02 조회76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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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어젯밤에 갑자기 알림이 막 뜨길래 깜짝 놀랐네 ㅋㅋ 이게 포텐의 맛이구나!!!
잉여력도 1,000쯤 늘었네 ㅋㅋㅋ 다들 고마워. 계속 열심히 써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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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일에 한국에 들어왔고, 이후 며칠간 친한 선배들을 찾아가서 기념품을 갖다바치며 조언을 구했어.
그리고 미래경영 (현재 나무경영) 가을종합반(7월~10월) 시간표를 참고해서 장기 공부 계획표를 짜봤지.
목표는 중급회계, 세법, 원가, 고급회계, 경제학, 상법, 재무관리 인강을 11월까지 다 듣는거였어
(일반경영학은 싱가폴 등하교길에서 틈틈이 테이프를 듣기로 함)
그리고 동차로 합격한 분들 수기만 몇 편 골라 읽으면서, 어떤 마음가짐과 요령으로 공부해야 하나 살펴봤어.
- 결국 문제는 얼마나 자기 자신을 믿고 그 계획을 추진력있게 밀고 나가느냐 입니다.
- 제가 운이 좋아서, 또는 어떤 요행에 따라 동차합격을 한 것은 아닙니다. 약 10개월간의 기간 동안 오로지 CPA의 합격만을 생각하며 다른 모든 것을 접어두고 몰두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 기간동안 저는 단 하루도 게으르지 않았습니다.
- 그리고 CPA는 1년 안에 붙을 수 있는 시험이라는 믿음을 굳게 가졌습니다. 저는 철저히 제가 보는 교재를 믿었고, 제 자신을 믿었습니다. 그리고 강의하시는 회계사님들을 신뢰했습니다. 제가 믿는 교재에서 문제가 나올 것이고, 그것을 국내에서 손꼽히는 회계사님들께서 가르쳐 주시고, 그리고 그것을 내가 소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는데, 시험에 떨어질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 시험날이 다가올수록 흔들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 동차반 수업을 들으면서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끝까지 버티기만 하면 동차를 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 선택과 집중으로 ‘올해는 3개만 붙자’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3과목 합격도 멀어집니다. 5과목을 공부하려고 마음먹으면 시간을 쪼개서 5과목에 나눠서 쓰지만 3과목만 공부하려고 마음먹으면 그 만큼 공부하는 시간을 자신도 모르게 줄이게 됩니다.
- 봄부터 열심히 해왔고 내년에 또 공부하기 싫으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목을 다 들고 가십시오. 그게 동차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구들이 특히 마음에 와 닿았던 것 같아. 이후 수험생활을 하면서 나 자신에게 의심이 들 때마다 다시 꺼내보곤 했어.
아무튼 모든 준비를 마치고 부산에 있는 고향집으로 내려가서 6월 1일부터 공부를 시작했어.
공부 장소를 부모님 집으로 정한 이유는,
1. 부모님의 감시 하에 놓임으로서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된다.
2. 부모님이 차려주시는 밥을 먹으며 안정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다.
3. 부모님과 그간 부족했던 유대관계를 쌓을 수 있다.
뭐 이 정도? 결과적으로는 아주 좋았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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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중급회계(김기동)랑 세법(이승철)을 제일 먼저 듣기 시작했는데,
아마 CPA 하는 사람들은 다들 공감할거야. 세법이 제일 빡친다는거. (간만에 노란책 봤더니 또 PTSD가...)
나는 공부하면서 한번도 세법을 세법이라고 부른적이 없어.
씹세법이라고 불렀지.
새로 나오는 개념들을 이해하는 건 어떻게든 따라가겠는데, 아니 도대체 별의별걸 다 외워라고 하네?
'아니 이딴걸 도대체 왜 외워야 되나... 걍 엑셀로 돌리든가 프로그램 짜서 하면 되지' 싶은게 너무나 많았어.
억지로 억지로 머릿속에 집어넣다보면 어느 순간 뇌가 효율이 엄청 떨어지는게 느껴지고, 미친듯이 졸립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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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5분의 1 정도 들었을 때 싱가폴로 출국을 했어. (8월 5일)
학기는 8월 20일쯤 시작했던걸로 기억해.
싱가폴 좋더라.
열대지방이라 나무도 많고, 안 춥고, 길거리도 깨끗하고, 한국인들도 좋아하고, 음식도 맛있고.
특히 학식이 그렇게 맛있을 수 있다는게 대충격이었지. 지금도 가끔 생각나.
그런데 미처 몰랐던 문제점을 몇 가지 발견했어.
(1) 얘네들은 수업을 일주일 중 하루에 몰아서 하는 수업이 많다.
그러다보니 아침 일찍부터 수업을 시작하는데, 아침 8시부터 시작하는 수업이 많다.
(2) 내가 잡은 숙소는 학교에서 버스로 40분 거리인데, 아침 8시 수업에 가려면 늦어도 7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근데 숙소 바로 옆에 Bar 가 있는데 새벽 3시까지 음악을 존나 틀어대기 때문에 그 전에 도저히 잘 수가 없다.
(3) 생각보다 인터넷이 존나게 느리다. (IT강국 같은 이미지가 있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1시간짜리 인강을 원활하게 들으려면 재생버튼을 누르고 15분 정도는 기다려야 했다.
더 큰 문제는 숙소가 거지같아서 인터넷이 존나 자주 끊긴다는 거였다!
강의 하나 듣다가 인터넷 3번 끊겨서 15분씩 기다리기를 3번 하다보면 멘탈도 나가고 공부의욕도 나간다.
학교 도서관에서도 인강을 시도해봤는데, 특정 학원 사이트 강의가 아예 재생이 안 돼서 포기했다.
(4) 생각보다 학교 공부가 빡세다.
과제도 많고, 팀플도 많다.
수업시간엔 각자 책상에 이름표를 두게 하고 중간중간에 무작위로 질문을 시킨다.
(이건 사실 나 교환학생이요 하고 뻔뻔하게 나가면 되긴 한데, 한국을 망신시키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다가 이렇게 했다.
(1) 삭발을 해서 등교 준비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였다.
샤워할 때 머리감는 시간이 드라마틱하게 줄어들고,
정 급할 때는 걍 세수만 하고 나가도 된다.
계산해보니 최대 15분은 더 잘 수 있었다.
외국이라 그런지 별로 남 눈치가 안 보여서 과감히 결단을 내렸다.
그래도 싱가폴 애들이 '저 새끼 뭐지? 한국놈들은 다 저런가?' 하고 생각할까봐 걱정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싱가폴 남자들도 군대를 다녀오기 땜에 걍 '방금 전역한 싱가폴 남자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다행이었다 ㅋ
(2) 음악소리 땜에 도저히 새벽 3시 전에는 잘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새벽 3시까지 공부하고, 4시간 자고 학교를 가기로 했다.
부족한 잠은 학교 마치고 돌아와서 보충하기로 했다.
(3) 한국촌 이라는 싱가폴의 한인 중고나라 같은 곳을 뒤져서 usb 포트에 꽂는 무선 인터넷을 구했다.
(교민들 중에 급히 한국에 돌아가야 돼서 자기들이 쓰던 인터넷 플랜을 급처분하는 경우가 있다)
더 이상 강의 듣는 도중에 인터넷이 끊기는 일은 없어졌다.
대신에 속도는 더 느려졌다.
이제 1시간짜리 인강을 들으려면 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강의를 하나 듣고 나면 강제 복습시간이 1시간 생겼다고 마인드 컨트롤하기로 했다.
그 시간에 필기도 정리하고 문제도 풀었다.
그래도 최대한 시간을 아끼기 위해 학교 마치고 돌아와서 낮잠 자기 전에 인강을 띄워놓고 곧바로 일시정지를 눌러놓았다.
일어나서 바로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저녁 먹으러 나가기 전에도, 휴일 전날 밤 자기 전에도 마찬가지.
(4) 사실 진짜 문제는 이거였다.
싱가폴에서 놀 시간에 안 놀고 CPA 공부를 하면 되겠다고 생각한 거였는데,
학교 공부를 정상적으로 따라가보니 놀 시간이 아예 나오지를 않았다.
중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패기있게 수강신청했었는데, 정원 약 40명 중에 화교가 아닌 사람은 나 뿐이었다.
38명이 화교출신 싱가폴 애들, 1명이 화교출신 베트남 교환학생, 나머지 1명이 나였다.
자연스레 나한테 시선이 집중되는 바람에 뺑끼를 치기가 상당히 애매했다.
내가 양아치 같은 모습을 보이면 한국과 한국인 전체가 욕을 먹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팀플도 열심히 하고, 프레젠테이션도 열심히 했다.
나중에 교수님이 수강생들 앞에서 특별히 칭찬해줬다. 교환학생인데 전혀 티도 안내고 성실히 해서 대단했다고.
다들 박수 쳐주는데 기분 좋았다.
하지만 그만큼 내 공부 시간은 줄어들었다.
게다가 또 패기있게 수강신청한 과목중에 Linear Algebra and Regression (선형대수와 회귀분석) 라고 있었다.
문과충이지만 꼭 한 번 공부해보고 싶어서 신청한 과목이다.
근데 무슨 Wolfram 이었나 Matlab 으로 풀어오라고 과제를 존나 내주는거였다.
당연히, 문과충인 내가 쉽게 풀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말했듯이 인강을 듣고나면 새벽 3시였는데, 그때부터 과제를 시작해서 끙끙거리다보면,
단 한 숨도 못잤는데 벌써 학교 갈 시간이 되어 있기 일쑤였다.
그런 날은 학교 가는 버스에서는 물론, 수업시간에도 상당시간을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았다.
그럴 땐 회의감이 쩔게 들었다.
'난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지?'
그러다 9월 중순에 슬럼프가 왔다.
당초 계획대로였다면 원가회계를 이미 마치고 고급회계도 거의 끝냈어야 되는 시점.
하지만 7월말에 시작한 원가회계는 아직도 3분의 1 가량 남아있었다.
마음잡고 들으면 1주일이면 끝낼 수 있는 양이었지만, 난 이미 지쳐있었다.
난 최선을 다한 것 같은데, 벽에 붙여놓은 계획표와 현실의 격차는 이미 상당했다.
무리였나, 그냥 한국에 있었어야 했나 하는 후회와 한숨.
나 자신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는데...
실패의 두려움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공부한다고 차단해두었던 네이버 스포츠를 해제하고 야구 중계를 보기 시작했고,
밤에는 별 재미도 없는 지뢰찾기를 수십판씩 해댔다.
그렇게, 공부에 손도 대지 않은 채로 1주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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